/// LEARN · L2 안전장치 · 04

문서가 아니라 대상을 재라

설계 노트에 "원본에서 가져온 값" 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대로 믿고 작업하다가 이상해서 실제 파일을 열어 재봤더니, 절반은 이미 바뀐 뒤였다. 문서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 적힌 시점에는 맞았을 뿐이다.

문서는 과거의 사진이다

문서는 쓰인 순간의 상태를 찍은 사진이다. 그 뒤로 대상은 계속 움직이지만 사진은 그대로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진을 볼 때 지금 모습이라고 느낀다.

AI는 이 함정에 사람보다 더 잘 빠진다. 문서는 글이라서 읽기 쉽고, 대상을 재려면 파일을 열고 세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시키지 않으면 쉬운 쪽을 읽는다.

문서가 말하는 것재보면 나오는 것
시점쓰인 때지금
범위쓴 사람이 중요하다고 본 것전부
빠진 것안 적힌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있으면 나온다
읽는 비용싸다비싸다 — 그래서 안 한다
요청에 넣을 한 줄

"문서에 적힌 값을 그대로 쓰지 말고, 실제 파일을 열어 확인해라. 문서와 다르면 실제 쪽을 기준으로 하고, 차이가 난 항목을 표로 따로 보여 줘."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 차이 목록을 요구하면 대조를 건너뛸 수 없다. "확인했습니다"만으로는 정말 열어 봤는지 알 수 없다.

재는 방법 네 가지

1. 센다

가장 싸고 가장 잘 듣는다. 파일 개수, 줄 수, 항목 수. "문서에는 12개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14개" — 이 한 줄이 나오는 순간 그 문서 전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을 안다.

2. 연다

요약된 설명 대신 실제 파일을 연다. "~로 되어 있다" 는 문장과 파일 안의 실제 값이 다른 경우는 놀랄 만큼 흔하다. 특히 나중에 손으로 한 번 고친 곳이 그렇다.

3. 맞대 본다

같은 내용이 두 곳에 있으면 두 곳을 나란히 놓고 본다. 한쪽만 고쳐진 것은 양쪽을 같이 봐야만 보인다. 한 곳씩 보면 둘 다 멀쩡해 보인다.

4. 돌려 본다

코드라면 실행하고, 화면이라면 브라우저로 열고, 게임이라면 한 판 한다. "논리적으로 맞다"와 "실제로 된다" 사이에는 늘 무언가가 하나 있다.

문서 · 메모 읽기 쉽다 실제 파일 · 화면 열고 세어야 한다 시키지 않으면 이쪽 시켜야 이쪽 둘을 맞대 본 표 다른 것만 골라낸 목록
결과물로 "차이 목록"을 요구하면 대조를 건너뛸 수 없다

문서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문서는 어디를 봐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문제는 문서를 답으로 쓰는 것이지 문서 자체가 아니다.

문서의 올바른 쓰임잘못된 쓰임
어디를 볼지 정한다거기에 뭐가 있는지까지 결론 낸다
왜 이렇게 했는지 이유를 남긴다지금 값이 얼마인지를 남긴다
바뀌면 같이 고친다한 번 쓰고 둔다
그래서 문서에는 "이유"를 적는다

값은 바뀐다. 이유는 잘 안 바뀐다. "군량 소모를 0.02로 했다" 는 다음 주면 틀린 문장이 되지만, "2~3분은 버티게 하려고 군량 소모를 잡았다" 는 한참 간다.

값이 궁금하면 파일을 열면 된다. 파일을 아무리 열어 봐도 안 나오는 것이 이유다. 문서에는 파일에서 못 얻는 것만 적는다.

대조를 습관으로 만드는 두 줄

작업 전:
"이 문서에 적힌 값들이 지금도 맞는지 실제 파일로 먼저 확인해 줘.
 다른 것이 있으면 표로 보여 주고, 그다음에 진행하자."

작업 후:
"고친 뒤 실제로 열어서(또는 돌려서) 확인한 결과를 알려 줘.
 무엇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도 같이."

두 줄 다 결과가 아니라 확인 방법을 묻는다. "확인했습니다"는 쓰기 쉽지만 "이렇게 확인했습니다"는 실제로 해야 쓸 수 있다.

정리 — 세 줄

  1. 문서는 과거의 사진이다. 어디를 볼지는 알려 주지만 답은 아니다.
  2. 재는 법 넷 — 센다 · 연다 · 맞대 본다 · 돌려 본다.
  3. 문서에는 값이 아니라 이유를 적는다. 값은 파일에 물으면 된다.
해 볼 것 · 10분
  1. 내가 가진 설명 문서(README, 설계 메모, 인수인계서 아무거나) 하나를 고른다.
  2. 이 편의 "작업 전" 한 줄로 문서의 값이 지금도 맞는지 실제 파일로 확인하게 한다.
  3. 차이 표가 나오면 문서를 고치되, 값보다 이유를 적는 쪽으로 고친다.
확인 질문 눌러서 답 보기
AI 가 문서를 읽고 "맞습니다" 라고 하기 쉬운 이유는?

문서는 읽기 쉽고 대상을 재는 것은 비싸다. 시키지 않으면 쉬운 쪽을 읽는다.

재는 방법 넷은?

센다 · 연다 · 맞대 본다 · 돌려 본다.

문서에는 무엇을 적나?

값이 아니라 이유. 값은 파일에 물으면 되고, 이유는 파일을 아무리 열어도 안 나온다.

다음 편은 재다가 잘못됐을 때를 위한 준비 — 되돌릴 수 있게 지우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