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질문의 공통점
"짧아서" 나쁜 것이 아니다. 상대가 알 수 없는 것을 안다고 가정해서 나쁜 것이다.
이거 어떻게 해? ← 이게 뭔지 모른다
좋은 거 추천해 줘 ← 누구한테, 얼마짜리, 뭐 하려고?
글 좀 고쳐 줘 ←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지 모른다
계약서 문제 없어? ← 무엇이 걱정인지 모른다
사람에게 물었다면 상대가 되물었을 것이다. "어떤 거요?", "누구 주려고요?" AI는 되묻지 않고 알아서 가정한 뒤 답한다. 그 가정이 틀리면 답도 틀린다.
좋은 질문의 네 칸
① 무엇을 — 원하는 결과를 말한다
"봐 줘", "도와줘" 는 결과가 아니다. 세 줄 요약인지, 표인지, 고친 문장인지, 선택지 세 개인지를 말한다. 이것 하나만 바꿔도 절반은 해결된다.
② 자료 — 설명하지 말고 보여 준다
가장 크게 작용하는 칸이다. 말로 옮기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만 남는데, 문제는 대개 내가 뺀 곳에 있다.
- 종이 문서 → 사진을 찍어 올린다
- 화면에 뜬 오류 →
Win + Shift + S로 찍어Ctrl + V - 긴 글 → 전체를 복사해 붙인다
- 엑셀 → 파일째 올린다
③ 사정 — 나만 아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생 둘과 간다", "예산은 20만 원", "나는 컴퓨터를 잘 모른다", "이건 나만 볼 메모다". 이런 한마디가 답을 통째로 바꾼다. AI 는 이걸 알 방법이 없다.
④ 하지 말 것 — 선을 긋는다
"자료에 없는 건 지어내지 마", "전문 용어는 쓰지 마", "내 문장을 통째로 바꾸지 마". 쓰는 사람이 드물지만 효과가 가장 확실한 칸이다.
나쁜 질문 → 좋은 질문 다섯 쌍
| 이렇게 말고 | 이렇게 |
|---|---|
| 보험 약관 좀 봐 줘 | (약관 사진 첨부) 내가 낸 돈을 못 돌려받는 경우가 어디에 적혀 있는지만 찾아 줘. 해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고, 쉬운 말로 풀어 줘. 약관에 없는 내용은 넣지 마 |
| 여행 계획 짜 줘 | 3박 4일 부산. 초등학생 둘과 간다. 하루에 이동은 한 번만. 비 오면 갈 곳도 하나씩. 표로: 날짜 · 오전 · 오후 · 저녁 |
| 이 메일 답장 써 줘 | (받은 메일 붙여넣기) 정중하게 거절하는 답장. 이유는 "일정이 이미 잡혀 있다"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 다섯 줄 안쪽 |
| 이 사진 뭐가 문제야? | (가전 오류 화면 사진) 세탁기에 이 표시가 떴다. 무슨 뜻인지와 내가 직접 해 볼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모델명은 사진에 보이는 그대로만 쓰고 추측하지 마 |
| 글 좀 고쳐 줘 | (글 붙여넣기) 블로그에 올릴 글이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말이 꼬인 곳과 같은 말이 반복되는 곳만 짚어 줘. 고친 문장을 통째로 주지 말고 어디를 어떻게 고칠지 목록으로 |
오른쪽이 긴 이유는 꾸밈말이 아니라 정보가 들어서다. "초등학생 둘", "이동 한 번만", "내용은 그대로" — 전부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머릿속에만 있던 것을 밖으로 꺼내는 것뿐이다.
귀찮으면 이 한 줄
네 칸을 채우기 번거로울 때 쓰는 방법이 있다. 되묻게 만드는 것이다.
여행 계획을 짜고 싶어.
바로 답하지 말고, 제대로 짜려면 네가 알아야 할 것을
먼저 질문으로 물어봐 줘.
그러면 "며칠인가요?", "누구와 가시나요?", "예산은?" 하고 되묻는다. 대답만 하면 네 칸이 저절로 채워진다. 초보일수록 이 방법이 편하다.
답이 마음에 안 들 때 — 세 마디
처음 답이 별로인 것은 정상이다. 다시 쓰지 말고 어디가 별로인지만 말한다.
| 이런 느낌이면 | 이렇게 말한다 |
|---|---|
| 너무 뻔하고 일반적이다 | "교과서 같은 말 말고, 내 상황에 맞는 것만. (사정 추가)" |
| 너무 길다 | "절반으로. 제일 중요한 것 세 개만" |
| 어렵다 | "전문 용어 빼고, 처음 듣는 사람한테 설명하듯" |
| 내 말투가 아니다 | "내가 쓴 문장 몇 개를 보여 줄게. 이 말투로 다시" |
| 지어낸 것 같다 | "그거 어디서 나온 건지 알려 줘. 확실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해" |
이렇게 두세 번 주고받으면 대개 쓸 만해진다. 좋은 답은 대개 세 번째 답이다.
정리 — 세 줄
- 나쁜 질문은 짧아서가 아니라 정보가 빠져서 나쁘다.
- 무엇을 · 자료 · 사정 · 하지 말 것 — 특히 자료와 사정을 채운다.
- 귀찮으면 "먼저 나한테 물어봐" 라고 시킨다.
- 최근에 받은 안내문(관리비 고지서, 병원 안내, 보험 문자 아무거나) 하나를 사진으로 찍는다.
- 먼저 "이거 뭐야?" 라고만 물어본다.
- 같은 사진에 "내가 돈을 더 내야 하는 부분만 찾아서, 해당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고 쉬운 말로 풀어 줘. 문서에 없는 내용은 넣지 마" 라고 물어본다.
두 답의 차이가 이 편의 전부다.
"이거 어떻게 해?" 가 나쁜 질문인 까닭은 짧아서인가?
아니다. 상대가 알 수 없는 것을 안다고 가정해서 나쁘다. AI 는 되묻지 않고 알아서 가정한 뒤 답한다.
네 칸 가운데 답을 가장 크게 바꾸는 두 칸은?
자료와 사정. 설명하지 말고 보여 주고, 나만 아는 사정을 말한다.
네 칸을 채우기 귀찮을 때 쓰는 한 줄은?
"바로 답하지 말고, 네가 알아야 할 것을 먼저 질문으로 물어봐 줘." 대답만 하면 칸이 저절로 채워진다.
다음 편에서는 반대쪽 — 아예 시키면 안 되는 일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