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더 조용해지나
사람이 다섯 곳을 고치면 네 곳째쯤에서 지친다. 그래서 "다 고쳤나?" 하고 한 번 센다. AI는 지치지 않는다. 다섯 곳을 순식간에 고치고 "모두 수정했습니다" 라고 답한다.
문제는 여섯 번째가 있었을 때다. 못 찾은 것을 없다고 여기고 보고한다. 확신에 찬 보고가 확인을 건너뛰게 만든다 — 이것이 가장 위험한 부분이다.
삼한연대기 에서 저장 파일의 형식 번호를 한 판 올렸다. 저장하는 쪽은 새 번호로 바뀌었는데, 불러오는 쪽이 옛 번호만 받고 있었다.
증상은 딱 하나였다 — "저장한 게 안 열린다". 자기가 만든 파일을 자기가 거절하는 상태였고, 두 파일을 같이 놓고 봐야만 보였다. 한 쪽씩 보면 둘 다 멀쩡하다.
그 뒤로 규칙 문서 맨 위에 이렇게 박혀 있다 — "저장 형식 번호는 한 곳만 고친다."
한 곳에 모아야 하는 것들
| 이런 값 | 보통 흩어져 있는 곳 |
|---|---|
| 버전 번호 | 화면 표시 · 설정 파일 · 저장 파일 · 만든 파일 이름 |
| 저장·자료 형식 번호 | 쓰는 쪽 · 읽는 쪽 (가장 잘 어긋난다) |
| 폴더와 파일 경로 | 여러 스크립트에 각각 |
| 색 · 크기 · 여백 | 여러 화면 파일에 조금씩 다르게 |
| 반복되는 문구 | 여러 쪽에 복사본으로 |
| 균형 숫자 | 계산하는 곳마다 따로 |
세 가지 방법 — 순서대로 시도한다
1. 한 곳에 두고 가져다 쓴다
가장 깨끗한 방법이다. 값을 한 군데 적어 두고, 나머지는 거기서 읽어 간다. 고칠 곳이 하나가 되므로 어긋날 수가 없다.
지금 이 값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한 곳에 모으고 나머지는 거기서 가져다 쓰게 바꿔 줘.
· 먼저 이 값이 지금 어디어디에 있는지 전부 찾아 목록으로 보여 줘
· 고치는 것은 그다음에
· 옮긴 뒤에 실제로 돌려서 그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알려 줘
2. 못 모으면, 검사로 막는다
구조상 한 곳에 못 모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두 곳이 같은지 확인하는 명령"을 하나 만든다. 값이 어긋나면 그 명령이 실패하게 해 두면, 사람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규칙 문서에 "두 곳을 같이 고칠 것"이라고 적어 두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바쁠 때 지나친다. 어긋나면 실패하는 명령은 지나칠 수가 없다.
삼한연대기에도 시나리오를 건드리면 돌려야 하는 점검 명령이 하나 있다. 무대 연결·목표 판정·저장 복원을 한 번에 본다.
3. 그것도 안 되면, 목록을 먼저 받는다
당장 구조를 못 바꾸겠다면 최소한 이것만은 한다 — 고치기 전에 "어디어디에 있는지" 목록을 먼저 받는다.
이 값을 바꾸려고 한다. 고치기 전에,
이 값이 지금 이 폴더 안 어디에 있는지 전부 찾아서
파일과 줄 번호로 목록을 만들어 줘. 아직 고치지 마.
목록을 보면 "어? 여기도 있었네" 가 거의 항상 하나는 나온다. 그 하나가 나중에 며칠을 잡아먹을 것이었다.
"다 고쳤습니다"를 받은 다음
- 개수를 맞춰 본다. 목록이 여섯 개였으면 고친 것도 여섯 개여야 한다. "몇 곳을 고쳤는지 파일별로 알려 줘" 를 같이 시킨다.
- 옛 값으로 다시 찾아 본다. 바꾸기 전 값으로 폴더를 한 번 더 훑는다.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빠뜨린 것이다. 이게 제일 확실하다.
- 돌려 본다. 특히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 동작. 쓰는 쪽과 읽는 쪽이 갈라지는 문제는 이 한 번으로 거의 다 잡힌다.
"이 이름을 저 이름으로 전부 바꿔 줘" 는 가장 쉬워 보이면서 가장 자주 무언가를 놓친다. 주석 안, 파일 이름, 문서, 설정값 — 코드가 아닌 곳에 있는 것이 남는다.
그래서 이름 바꾸기 뒤에는 반드시 옛 이름으로 한 번 더 찾아본다.
정리 — 세 줄
- 같은 값이 여러 곳에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어긋난다. 사람 탓이 아니다.
- 한 곳에 모으고, 못 모으면 어긋나면 실패하는 검사를 만든다.
- "다 고쳤습니다" 뒤에는 옛 값으로 다시 찾아본다. 30초면 된다.
- 만들고 있는 것에서 버전 번호(또는 자주 바꾸는 값 하나)를 고른다.
- "이 값이 지금 어디어디에 있는지 파일과 줄 번호로 전부 찾아 줘. 아직 고치지 마" 를 시킨다.
- 목록에서 내가 몰랐던 자리가 있는지 본다. 있으면 한 곳에 모으는 것을 다음 할 일로 적는다.
AI 에게 "다섯 곳 다 고쳐 줘" 가 사람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지치지 않고 순식간에 고친 뒤 여섯 번째를 못 찾고도 "모두 수정했습니다" 라고 한다. 확신에 찬 보고가 확인을 건너뛰게 만든다.
한 곳에 못 모으는 값은 어떻게 지키나?
두 곳이 같은지 확인하는 명령을 만든다. 어긋나면 실패하게.
"다 고쳤습니다" 뒤에 가장 확실한 확인은?
옛 값으로 다시 찾아본다.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빠뜨린 것이다.
여기까지가 L2다. 확인하는 법, 근거를 남기는 법, 맡길 범위를 가르는 법, 대상을 재는 법, 되돌릴 수 있게 지우는 법, 고칠 자리를 줄이는 법 — 혼자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장치들이다. 다음 트랙(L3) 에서는 무대를 옮겨, 내 컴퓨터에서 도는 AI 이야기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