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질문, 다른 답
"이 코드 좀 봐 줘"라고만 하면 일반론이 돌아온다. 변수 이름을 명확히 하라, 예외 처리를 하라 — 교과서에 있는 말이다. 쓸모가 없다. 그 코드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이라도 파일과 함께 "이건 서른 해 전 도스 게임의 전투 계산을 다시 만든 것이고, 원본에서 확인한 값은 세 개뿐이며 나머지는 추정이다" 한 줄을 붙이면 답이 달라진다. 추정한 부분을 어떻게 표시할지, 원본 값과 어긋나는 곳이 어디인지 같은 이 코드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프롬프트는 무엇을 시킬지를 정하고, 컨텍스트는 무엇을 알고 시작할지를 정한다. 후자가 비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문장도 일반론밖에 못 만든다.
쥐여 줄 것 네 가지
L0 · 08 에서 본 네 칸(무엇을 · 자료 · 사정 · 하지 말 것)과 같은 것이다. 거기서는 묻는 문장 쪽에서 봤고, 여기서는 무엇을 쥐여 주느냐 쪽에서 다시 본다.
1. 자료 — 실제 파일
요약하지 말고 원본을 준다(왜 그런지는 L0 · 08). 기록은 발췌가 아니라 통째로, 화면 문제는 설명이 아니라 캡처로.
2. 사정 — 나만 아는 것
내 머릿속에는 있는데 말한 적 없는 것들이 있다. "이 폴더는 원본이고 저 폴더는 작업본이다", "이 값은 손으로 넣은 거라 믿을 수 없다", "이건 취미로 하는 거라 완성도보다 재미가 먼저다". AI에게 이것은 알 길이 없는 정보다. 한 번 적어 두면 매번 고쳐 주지 않아도 된다.
3. 무엇을 — 결과물이 어디로 가는가
같은 정리라도 나만 볼 메모인지, 블로그에 올릴 글인지에 따라 들어가야 할 것이 다르다. "누가 볼 것인가"는 형식만이 아니라 내용을 바꾼다.
4. 하지 말 것 — 선을 긋는다
"모르면 지어내지 말고 모른다고 해라", "내가 준 자료에 있는 값만 써라". 선을 안 그으면 AI는 빈칸을 그럴듯한 것으로 메운다. 이것은 성격이 아니라 구조라서, 말로 막아 두는 수밖에 없다.
안 좋은 요청 / 좋은 요청
| 이렇게 말고 | 이렇게 |
|---|---|
| 이 코드 리뷰해 줘 | (파일 첨부) 파이썬으로 만든 개인용 정리 도구다. 나는 초보다. 실행이 멈출 만한 곳과 파일을 잘못 지울 위험이 있는 곳만 찾아 줘. 스타일 지적은 빼고 |
| 글 좀 써 줘 | (메모 첨부) 개인 블로그에 올릴 글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읽는다. 겪은 일을 먼저, 설명은 뒤에. 과장하는 표현은 빼고. 1,500자 안쪽 |
| 이 기록 왜 오류야? | (기록 전체 첨부) 서버 접속 기록이다. 오류가 난 시각 앞뒤 30줄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지 세어 줘. 추정은 빼고 실제로 기록에 있는 것만 |
문서 하나를 놓고 "이 내용대로 정리해 줘"라고 했을 때와, 같은 문서에 "여기 적힌 값은 이미 바뀌었을 수 있으니 실제 파일을 열어 확인하고 다르면 알려 줘" 한 줄을 붙였을 때의 결과는 전혀 달랐다. 뒤쪽에서만 어긋난 값이 나왔다. 컨텍스트에는 자료뿐 아니라 그 자료를 어디까지 믿을지도 들어간다.
정리 — 세 줄
- 문장을 다듬기 전에 무엇을 쥐여 줄지부터 정한다.
- 자료 · 사정 · 무엇을 · 하지 말 것 — 네 칸이 채워지면 대부분 잘 굴러간다.
- 요약해서 주지 말고 원본을 준다. 문제는 대개 내가 뺀 곳에 있다.
- 요즘 붙들고 있는 일 하나를 고르고, 연습용으로 공개된 글이나 직접 만든 메모를 준비한다.
- 자료만 붙이고 "정리해 줘" 라고 한 번 시킨다.
- 새 대화에서 같은 자료에 사정 한 줄과 하지 말 것 한 줄을 붙여 다시 시킨다. 예: "이건 나만 볼 메모다", "자료에 없는 것은 쓰지 마".
- 두 답에서 이 자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몇 개 나왔는지 센다.
프롬프트와 컨텍스트는 각각 무엇을 정하나?
프롬프트는 무엇을 시킬지, 컨텍스트는 무엇을 알고 시작할지를 정한다. 뒤가 비어 있으면 좋은 문장도 일반론밖에 못 만든다.
"이 폴더는 원본이고 저 폴더는 작업본이다" 는 네 칸 가운데 어디에 들어가나?
사정 — 내 머릿속에만 있고 AI 는 알 길이 없는 정보다.
자료가 낡았을 수 있을 때 붙이면 좋은 한 줄은?
"여기 적힌 값은 이미 바뀌었을 수 있으니 실제 파일을 열어 확인하고 다르면 알려 줘." 자료를 어디까지 믿을지도 컨텍스트다.
다음 편에서는 같은 모델인데 도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까닭 — 채팅창 · 앱 · 브라우저 · 터미널이 각각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