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칸
LEARN L0 · 08 의 네 칸(무엇을 · 자료 · 사정 · 하지 말 것)을 일에 맞게 다섯으로 나눈 것이다 — 무엇을은 ③목표와 ④형식으로 갈리고, 사정은 ①역할과 ②자료 안에 들어간다. 칸 이름이 달라도 같은 이야기다.
① 역할 — 어떤 눈으로 볼 것인가
같은 글이라도 편집자가 보는 것과 처음 읽는 사람이 보는 것이 다르다.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깐깐한 편집자처럼" 한 마디면 답의 결이 바뀐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헛다리를 덜 짚는다.
② 자료 — 쥐여 주지 않으면 지어낸다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칸이다. 요약해서 옮겨 적지 말고 원본을 붙인다 (왜 그런지는 L0 · 08). 붙이는 방법은 이렇다.
- 글 → 파일이나 전체 복사·붙여넣기
- 표 → 엑셀 파일 자체 (수식이 있으면 특히)
- 오류 → 화면 캡처 (
Win + Shift + S로 찍어Ctrl + V) - 사진 · 손글씨 메모 → 그대로 사진
③ 목표 — 무엇을 얻고 싶은가
"검토해 줘"는 목표가 아니다. 무엇을 찾고 싶은지가 목표다 — "말이 안 되는 문장", "빠진 항목", "내가 답해야 할 것". 목표가 좁을수록 답이 쓸모 있어진다.
④ 형식 — 어떻게 받을 것인가
표인지 목록인지 문단인지, 몇 줄인지, 파일로 받을 것인지. 받아서 그대로 쓸 모양을 미리 말해 두면 다시 시키는 횟수가 확 준다.
⑤ 제약 — 하지 말 것
이 칸을 쓰는 사람이 드물고, 그래서 사고가 난다. "자료에 없는 것은 추측하지 말고 빈칸으로 둬" 한 줄이 그럴듯한 거짓말을 대부분 막는다. 제약 칸은 결과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믿을 수 있게 만든다 (실제로 겪은 예는 LEARN L1 · 01).
나쁜 지시 / 좋은 지시
| 이렇게 말고 | 이렇게 |
|---|---|
| 회의록 정리해 줘 | (회의 메모 첨부) 팀장에게 보낼 요약이다. 결정된 것 · 담당자 · 기한만 표로. 논의만 하고 안 정해진 것은 "미정"으로 따로 모아 줘. 메모에 없는 담당자는 채우지 마 |
| 이 보고서 요약해 줘 | (보고서 PDF 첨부) 내일 아침 회의에서 1분 안에 말할 요약이다. 결론 한 줄 + 근거 세 개. 숫자는 문서의 표기 그대로 쓰고, 어느 쪽에 있는지 괄호로 달아 줘 |
| 이 표 정리해 줘 | (xlsx 첨부) 2행이 머리글이다. C열(항목) 기준으로 같은 것끼리 합치되 금액은 더해 줘. 날짜 형식이 섞여 있으니 YYYY-MM-DD 로 통일하고, 못 읽는 값은 그대로 두고 따로 알려 줘 |
| 오류 좀 고쳐 줘 | (오류 화면 캡처 + 코드 파일 첨부) 이 줄에서 멈춘다. 왜 나는 오류인지 먼저 설명하고, 고칠 방법을 두 가지로 보여 줘. 나는 파이썬을 이제 막 시작했다 |
오른쪽이 긴 까닭은 꾸밈말이 아니라 내가 이미 아는 사실이 들어서다 — "결정·담당자·기한", "2행이 머리글", "파이썬 초보". 길이가 아니라 빠진 정보가 문제다.
한 번에 맞히려 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는 대개 세 번째 답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지시를 쓰려고 붙들고 있는 것보다, 대충 던지고 틀린 지점을 지적하는 편이 빠르다.
- 짧게 시킨다. "이 파일 요약해 줘."
- 틀린 곳을 짚는다. "3번 항목은 자료에 없는 내용이다. 어디서 나왔는지 확인하고, 근거 없으면 빼라."
- 규칙으로 굳힌다. "앞으로 이 작업에서는 근거 없는 항목을 넣지 말고 '미확인'으로 표시해라."
- 이 규칙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프로젝트 지침이나 스킬로 옮긴다(STEP 08).
자주 쓰게 되는 제약 문장
· 자료에 없는 내용은 추측하지 말고 "미확인"으로 표시해 줘.
· 숫자와 고유명사는 내가 준 자료에 있는 표기를 그대로 써 줘.
· 네가 한 일이 맞는지 내가 확인할 방법도 같이 알려 줘.
· 바꾼 곳만 보여 줘. 전체를 다시 쓰지 마.
· 확실하지 않으면 묻고 진행해 줘. 혼자 정하지 마.
· 먼저 무엇을 할지 계획만 말해 줘. 승인하면 그때 실행해.
마지막 두 줄이 특히 쓸모 있다. AI 는 막히면 혼자 결정해서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결정이 대개 사고의 출발점이다.
정리 — 세 줄
- 역할 · 자료 · 목표 · 형식 · 제약 — 빠지는 것은 대개 자료와 제약이다.
- 길게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실을 빠짐없이 넘기는 것이다.
- 한 번에 맞히려 하지 말고, 틀린 곳을 짚어 세 번째 답을 만든다.
- 요즘 하는 일 하나를 골라 짧게 한 번 시킨다 — "이거 정리해 줘". 연습이니 회사 자료 대신 공개된 글이나 직접 만든 메모를 쓴다.
- 같은 일을 다섯 칸을 채워 다시 시킨다. 특히 ②자료와 ⑤제약.
- 두 답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한 줄로 적는다.
다섯 칸 가운데 결과를 가장 크게 가르는 두 칸은?
②자료와 ⑤제약. ③목표는 누구나 쓴다.
첫 답이 마음에 안 든다. 지시를 처음부터 다시 쓸까?
아니다. 틀린 곳을 짚고, 같은 지적이 반복되면 규칙으로 굳힌다. 좋은 결과는 대개 세 번째 답이다.
그럴듯한 거짓말을 대부분 막는 한 줄은?
"자료에 없는 것은 추측하지 말고 빈칸(미확인)으로 둬."